애들을 키우면서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 같다. 요사이 느끼는 건... 재민이 재익를 낳고 기르기 때문에, 아이들과의 관계는 분명 살면서 만난 다른 지인들과는 다른 면이 없잖아 있는 건 사실이다. 피는 물 보다 진하다는 말도 이런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다. 하지만, 그에 앞서 부모나 자식도 인간관계인 거 같다. 사람이 간사해서 누구나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고,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을 싫어하기 마련이다. 재민가 보기에 내가 자기랑 닮아서 날 좋아하겠나? 아빠가 잘 해주니깐, 좋아하지 않나 싶다. 지금은 어린 시기라 (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한테 거의 전적으로 의존적이고, 엄마 아빠한테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는 어린 나이), 나와 애들의 관계에서, 친구들 사귈때와 같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들을 무시해도 큰 차이는 생기기 어렵다. 하지만, 성장해서 대학에 가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, 부모한테서 점점 더 독립적이 되면서,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할때 필요한 것들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. 자식이지만, 애들 입장에서 배려하고 인정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 질 거 같다. 특히나, 애들이 커서 결혼을 하면 문제는 한결 더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거 같다. 나랑 재민이라는 사람이 아주 친한 사이였는데, 재민이한테 나 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. 자연스레 재민이랑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, 재민이가 좋아하는 애랑도 잘 지내야 되는 뭐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 같다. 이 다음에 애들이 내 생일날 맛있는 밥을 사 줘도 좋겠지만, 더 중요한 건 재민이 재익이가 마치 애들의 친한 친구처럼, 나랑 얘기하고 싶어 하고, 같이 놀고 싶어 하고, 한 동안 연락을 안 했거나 안 봤으면 궁금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.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.

도대체 왜 살지? 짧은 인생 열공해 봐야 뭐하나? 획하면 지나 가는 짧디 짧은 인생, 쥐어 뜯고 물어 뜯고 사는 걸 보면서 허무한 인생 열심히는 왜 사나?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,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해 봤다. 나한테 뭐가 젤 중요할까? 개인적으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. 지금까지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, 아무리 생각해도 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좋은 기억들인 거 같다. 그런 면에서 애들한테도 내가 해야할 중요한 일은, 특히나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인 어린 시기를 좋은 기억들로 채우는 일인 거 같다. 그럼, 적어도 부모의 역할이 큰 재민이 재익이 삶의 한 부분을 좋은 추억들로 채워 애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는데, 일조하게 되는 거 같다.나아가 아이들이 크고 나서, 늙어 있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지난 시간들을 떠 올릴때 좋은 추억들로 머리 속이 가득 차 있으면 재민이 재익이가 나를 많이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.